[then&now] 박지성 “피를로 놓치면, 동료들이 내게 소리쳤다!”

기사작성 : 2020-11-06 16:48

- 은퇴 후 이야기: <박지성>편
- 그때그시절 맨유를 회상한다
- 피를로를 막을 당시 비하인드스토리도 놓치지 말 것!

본문


[포포투=Rahman Osman, 에디터=조형애]

축구화를 벗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때 그 스타’를 만납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무대를 밟은 뒤, 박지성은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로 향했다. 그리고 안드레아 피를로와 멋진 대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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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면서 프로 축구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

내가 어렸을 땐, 프로 축구 선수가 된다는 것이 한국에서 사실 아주 인기 있는 포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 꿈은 언젠가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월드컵에도 나가보는 것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땐, 내가 살던 도시에 프로 축구 클럽이 있었다. 난 볼보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K리거가 되는 꿈을 꾸게 되었다.

2000년, J리그 구단 교토퍼플상가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만 19세로, 대학에 다니고 있었을 때였다. 어떻게 된 건가?

이상한 일이다. 그 당시에 난 이미 대한민국 23세 이하 대표팀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 팀에서 뛴 경험이 없더라도 국가를 대표할 순 있었다. 그때 내가 받은 제안은 두 가지였다. 교토, 그리고 또 다른 팀의 제안이었다. 교토의 제안은 금전적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가 상당히 낮은 반면, 내가 뛸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높았기 때문에 난 교토를 선택했다.

2002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을 대표했을 땐 어땠나? 준결승까지 올랐는데?

월드컵에서 뛴다는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한 해 전에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뛸 때와 딴판이었다. 우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0-5로 져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그 후 멕시코와 호주를 가까스로 이기고, 그다음 해까지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실력도 물론 향상시켰다. 월드컵 직전에 우린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 경기를 했다. (*각각 4-1 승리, 1-1 무승부, 2-3 패배 기록) 그 친선경기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주었다. 우리가 토너먼트 대회에서 뭔가를 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 말이다.

포르투갈이 포함된 조에서 1위를 차지한 뒤, 한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탈락시켰다. 어떻게 해낸 일인가?

그런 팀들을 상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솔직히, 우린 우리가 그 경기들을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린 잃을 것이 없었다. 그게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16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났다. 그때 이미 조별리그 통과라는 목표를 달성해 있었다. 우리가 많은 응원을 받았다는 것도 덧붙여야겠다. 우리가 주최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2-1로, 또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은 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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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PSV에인트호번을 떠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밀란에 아깝게 패한 뒤였다. 유나이티드의 관심은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

에이전트가 처음 말했을 때 농담하는 줄 알았다! (웃음)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나와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에이전트가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도, 난 믿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에이전트가 전화를 해서는 말하더라. 알렉스 퍼거슨 경과 전화 연결되어 있다고 말이다. 난 전화를 받고 말을 건넸다. 그제서야 믿게 되었다. 내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가겠구나…

유나이티드에서 보낸 첫 번째 날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나?

난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다. 특별히 기억나는 선수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와 에드빈 판 데르 사르다. 내가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다 왔기 때문이다. 판 니스텔로이는 PSV에서, 판 데르 사르는 아약스에서 뛰었다. 그들은 날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때도 난 내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내 옆에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로이 킨, 웨인 루니가 있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TV에서나 보던 선수들이었는데, 팀 내 나의 입지를 위해 그들에게 도전해야 했다. 사실 그 자체가 내겐 꿈이었다.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를 받아본 적 있나? 어땠나?

퍼거슨 감독은 매우 엄격한 분이셨다. 우리가 잘 플레이하지 못할 때는 더욱 엄격했다. 하지만 내가 유나이티드에 합류하기 직전에 좀 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가 정말로 화가 나서 도가 지나지게 헤어드라이어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때 판 데르 사르가 내게 몸을 기대면서 말하더라.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예전엔 이거보다 훨씬 더 했어!” (웃음) 하지만 난 헤어드라이어 요법이 좋았다. 몇몇 선수들을 일깨웠고, 후반전 경기력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올드트래퍼드에서 활약한 7년 동안 27골을 넣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득점은 무엇인가?

2010년 홈에서 리버풀에 2-1로 이겼을 때 한 득점이 기억난다. 또 기억나는 골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첼시를 꺾었을 때 한 득점이다. 울버햄턴을 상대로 2-1 승리했을 때도 물론이다. 2골 모두 내가 넣었고, 그중 두 번째 득점은 경기 막판 슈팅에서 나온 것이었다. 올드트래퍼드에선 마지막 킥을 결승골로 연결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건 이 세 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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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즈 등이 있는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들은 얼마나 좋은 선수들이었나?

와우. 엄청난 수준이었고, 또 엄청난 열정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그들과 함께 경기를 뛴다는 게 영광이었다. 나 같은 선수가 그 팀에 들어가려면, 정말로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잘 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난 공을 계속 연결해 주어야 했다. 그들이 보여준 태도도 믿을 수 없었다. 골을 넣고, 재차 넣는 것뿐만 아니다. 그들은 항상 훈련장을 떠나는 마지막 선수였다. 그들은 그토록 의지가 다부진 선수들이었다.

안드레아 피를로는 당신을 ‘방범견’에 비유했다.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밀란을 만나 피를로를 막는 데 전념했기 때문이다. 피를로의 계획을 좌절케 했던 게 즐거웠나?

글쎄, 내게 있어 피를로는 우리 세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우린 밀란이 어떻게 공격해왔는지를 알고 있었는데, 그건 피를로를 통해서였다. 우린 그가 밀란의 기회를 창출해내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했다. 그래서 그를 막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게 어디든 따라다니고, 최소한 패스를 앞이 아닌 뒤쪽으로 하게 만들어야 했다. 피를로가 전진 패스한다는 건 늘 더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피를로는 어디 있지?’ 피를로가 나보다 신체적으로 강하지도, 또 빠르지도 않다고 퍼거슨 감독이 말할 테니까 말이다. 내가 피를로를 놓쳐버릴 때마다 몇몇 내 팀 동료들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그들은 내가 피를로를 놓칠 때마다 “피를로는 어디 있지?”라고 소리쳤고, 난 피를로를 잡으러 가곤 했다! (웃음)

월드컵 본선에서 세 골을 넣었다. 2002년 포르투갈전, 2006년 프랑스전, 2010년 그리스전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기록인가?

어렸을 때 내가 원하던 게 월드컵에서 뛰는 것, 그뿐이었다. 결국 난 세 번의 월드컵에서 뛰었고 각 대회에서 골도 넣었다. 꿈이 이뤄졌다. 또한, 내가 월드컵에서 득점한 경기는 우리가 진 적이 없다는 것 또한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난 마법의 지팡이와도 같았다! (웃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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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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