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강상우X김원일, 도움왕은 ‘우리’ 작품입니다

기사작성 : 2020-11-18 17:32

- ‘도움왕’ 강상우를 만났다
- “갑자기 변했다”는 소문, 그 진실은…?!
- ‘은인’ 김원일이 생각하는 이적설, 국가대표 미발탁까지

본문


[포포투=조형애]

“(강)상우가 변했다!”


포항스틸러스에 퍼지고 있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추적하고 있었다. ‘축구밖에 모르는 바보’, ‘착해서 문제’라던 강상우는 다 옛말이라는 소문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상주상무에서 활약이 심상치 않아지기 시작했다. 코너킥과 페널티킥을 전담하다시피했고, 세리머니도 부쩍 화려해졌다. 깜짝 놀랐다. ‘강상우…맞아…?’ 포항에 복귀한 뒤엔 은근슬쩍 선수단 맨 뒤에 입장하던 송민규도 밀어냈다고 했다. 더 이상 소심한 강상우가 아니었다. “형, 여기 서게요?” 송민규 말에 답했단다. “민규야, 앞으로 가라. 아직은 여기 설 때 아니다. 내 공격포인트를 넘어라.”

강상우는 2020시즌을 도움왕 그리고 베스트11로 마쳤다. 때마침 “실은 내가 먹여살렸다!”고 주장하는 이도 만났다. 올해 은퇴를 선언한 김원일이다. 김원일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가 ‘멘토와 멘티가 누구인가’하는 문제라고 했다. ‘멘티’ 강상우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



Responsive image
#소심왕, 갑자기 변했다

늘 강상우를 표현하던 단어는 맥을 같이 했다. ‘착하다’, ‘여리다’, ‘묵묵하다’, ‘소심하다’ 따위였다. 최순호 전 감독도 늘 “상우는 너무 착해서…”라고 말 끝을 흐렸었다. 이제 모두 과거형이다. 강상우는 변했다. 김원일은 말한다.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고.

여리고 소심했는데 이젠 수다쟁이라고… 변했다는 말이 있어요!

강상우: 맞아요. 변했어요! 계기가 있었거든요. 즐겁게, 밝게 지내고 싶었어요.
김원일: 제가 4~5년 전부터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요. 과거엔 선수가 자신을 숨기고 축구만 하는 게 맞는 줄 알았어요.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가졌고요. 돌아보니, 저도 변해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우한테 더 변하라고 했죠. 지금은 시대도 변했잖아요?! 잘한 건 더 말하고, 즐기라는 조언을 해왔어요.

잠깐,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요?

강상우: 2017년까지만 해도 늘 조용히 있었는데, 축구도 생활도 힘들더라고요. 원일이 형이나 주변에 의지하다가 너무 힘드니까 혼자서 여행을 갔어요. 그렇게 간 강릉에서 일출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거예요! 그리고 생각했죠. ‘축구를 잘하든 못하든 변해야겠다’고요. 내려놓는 마음이었는데, 축구가 갑자기 잘 되는 거예요! 사실 처음엔 원일이 형이 안 좋게 봤어요.

맞아요. 너무 갑자기, 확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강상우: 갑자기 변하면 “뒤에서 욕 많이 먹는다”고 원일이 형이 걱정하기도 했어요. 전 “그냥, (변한대로) 해보겠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때마침 상무에 가게 되었어요. 상무 선수들은 저 다 잘 모르잖아요?! (심)동운이 형 말고는요. 막 떠들고, 밝고 이러니까 동운이 형이 놀라서 한 말이 기억나요. “너… 말할 줄 아는 애였구나?”

Responsive image
#‘나머지 선수’는 처음이라

‘정말 겸손해야 한다. 축구만 해야 한다.’ 과거 강상우를 지배하던 생각은 결과로 이어졌다. 영원하진 않았다. 프로 입단 후에 유효기간을 다했다. 2015 킹스컵은 자신감을 줬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강상우는 결국 팀이 동행 여부를 고심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그때였다. ‘룸메이트’ 김원일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감독님께 수비 보겠다고 해!”

변하기 전, 축구가 잘 안돼서 힘들었다고요?

김원일: 상우는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다 ‘에이스’였어요. 아픔 없이 프로에 온 거죠. 그런데 사실 그 당시 포항에 학창 시절 한 가닥씩 안 해본 선수들 없었거든요. 저 빼고요.(웃음) 전 축구 인생에 굴곡이 있어서 조언을 많이 해준 거예요.
강상우: 전 ‘축구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근데 프로 와서 막히는 거예요. 막혔을 때 방법을 제가 몰랐어요. 그동안은 열심히 하면 다 됐으니까…

2015년 킹스컵을 다녀온 뒤 자신이 있었는데, 노력을 해도 안 되니까 크게 좌절했군요?

김원일: 근데, 킹스컵은 인정 안 해줘요!(웃음) 당시 황(선홍) 감독님이 야심 차게 윙어 영입을 하셨죠. 전지훈련을 같이 시작해도 감독님 파악하기 모자랄 판에, 킹스컵인가 뭔가를 뛰고 온 거예요. 상우는 연습경기에 바로 투입될 거라 생각하더라고요. 10분 뛰거나, 후반 막판에 들어가고 하니까 기분 상해하고요. 그때 말했죠. “기분 상할 것 없어. 그게 네 지금 위치야. 넌 도전자라고!”

한때 팀을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정도로 경쟁에서 밀렸었다고…

강상우: 1군 있고, 2군 있고, 그리고 ‘나머지 선수’에 제가 있었어요. 3군? 그것도 안됐던 거 같아요. 그 부류로 묶인 게 셋 밖에 없어서 코치님이 “야, 셋이서 무슨 운동을 해야 하냐?” 그런 말을 할 정도였어요.(웃음)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김원일 선수가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던데요?

강상우: 아, 맞아요. 윙으로 뛰고 싶었는데… 원일이 형은 제가 윙으로 뛰기 어렵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김원일: 사이드백이 딱 비어 있었거든요! 감독님 방 두드리고 말씀드리라고 했어요. 더 기회가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더 자존심 상해하던 데요? 일기에도 쓰고!

일기 이야기 들은 적 있어요. “백으로 뛰기 싫다. 윙으로 성공할 수 있는데, 왜 백 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던데?!

강상우: 전 그렇게 쓴 적이 없는데, 형이 자꾸 그렇게 말하고 다녀요! 썼다면 “윙으로 자신 있다” 정도였을 거예요. 어쨌든 일기 훔쳐본 게 나쁜 거 아니에요?
김원일: 조금 열려 있어서 본 거고!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요.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선수들보다 부족한 걸 모르겠다”였어요.(웃음)

Responsive image
#멘토 김원일은 ‘여린 호랑이’

김원일은 룸메이트 후배에 참 관심이 많은 선배였다. 일기가 만천하에 까발려진 이유다. 채찍은 많이, 당근은 조금 주는 무서운 선배이기도 했다. 그는 개인 훈련을 시켰고, “더 해야 돼!” 다그치기도 했다. “은퇴해서 이제 말하는데… 이 형은 이게 문제에요. 좋게 말해줄 수 있는데 세게 말해요!”

강상우 선수가 김원일 선수 질타(?)에 몇 번 울 뻔한 적도 있었다고요?

강상우: 솔직히 말하면 울었어요. 세 번 정도? 근데 형이 여려서 또 방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랬어요. 드라마 같은 일도 많았죠!  감사한 일을 하루에 3가지씩 이야기하재요. 책도 같이 읽고, 노래도 배우고…
김원일: 상우는 그때도 능력이 있었어요. 사실 프로 올 정도면 실력은 비슷비슷해요. 멘탈을 바꾸면 훨씬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신인 시절부터 계속 변하라고 이야기 한 거예요.

그럼 ‘이것’까지 해봤다?!

김원일: 지리산까지 데리고 갔어요!(웃음) 정상에서 내년 목표를 외치라고 하고, 산에서 얼음도 깨고요. 상우만 한 게 아니에요. (이)명주, (고)무열이, (손)준호 다 했어요. 이게 하나의 코스였어요. 제 옆에 있던 애들은 다 잘 돼요. “원래 잘 될 선수들”이라고들 하는데, 상우까지 성공하면 안목을 인정한다고 했거든요? 보세요. 상우도 됐잖아요.
강상우: 그 코스를 겪어야 성공한다고, 앞에 말한 선수들처럼 된다고 하니까요. 전 뭐라도 붙잡고 싶어서 지리산 당일치기를 따라 간 거죠. 새벽 3시에 출발해요.(웃음) 가선 말도 못 걸게 해요. 올라갈 때 올해를 돌아보고, 내려올 때 내년에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하래요. 좀 도움이 된 것 같긴 해요.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럼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원일: 제가 상우를 키웠다고 말은 하지만, 돌아보면 실은 제가 의지를 많이 했어요. 많이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상우가 힘들 때 힘든 시기였거든요.
강상우: 저에게는 은인? 받은 게 많아요. 전 받았으면 뭔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혼자 잘해서 잘 된 게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도와준 사람 중 원일이 형은 특별한 존재예요. 상위권에 들죠.

Responsive image
#상무 그 후, 국가대표 될 수 있을까?

이제 강상우는 김원일이 “선수 됐다!”고 평가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또 이적 시장에서도 물론이다. 파울루 벤투 국가 대표팀 감독의 인정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상무가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해요. 입대 전 두 시즌을 사실상 풀주전으로 뛰었으니 연결선상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강상우: 사람들의 주목은 덜 받아도, 축구 하는 사람들은 제 능력이나 가치를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착각이었죠. 상무갔는데 ‘왼발잡이냐, 오른발이냐’ 그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김태완 감독의 상무는 ‘행복 축구’한다고 말하잖아요. 센터백 권경원 선수가 프리킥도 차는!

강상우: 저도 코너킥을 상무에서 처음 차 봤어요.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데… 사실 선수들이 제 킥 안 좋을 줄 알고 안 뛰어들어가기도 했어요.(웃음) 키커가 다쳤는데 차겠다는 선수가 없어서 “제가 차겠습니다!”한 거예요. 페널티킥도 제가 차겠다고 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려고요.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스스로도 깨달았어요. ‘아, 내가 킥이 좋은 선수구나…!’ 포항 돌아가서도 김기동 감독님이 “상우 킥 좋으니까 다 뛰어들어가”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어때요? 포항에서도 활약이 대단했어요.

강상우: 지난 시즌은 무조건 100점이죠. 사실 시즌 두 번째 경기가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어요. 윙으로 올려주셨는데, (류)승우와 (문)선민이 형이 돌아오면 전 애매해질 것 같았거든요. 포항 복귀해선 포지션 고민 안 했어요. 첫 번째가 ‘감독님이 원하시는 곳’이었어요. 김기동 감독님께 다른 선수들도 감사한 게 많겠지만, 제가 더 클 거예요. 다시 축구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성격이 확 바뀌었는데도 이상하게 안 봐주시기도 했죠!(웃음)

활약의 반증이겠죠. 이적설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김원일: 좋은 선택하라고만 이야기했어요. 이야기 나오기만 하면 집 알아보고 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상우는 그런 선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상우: 저도 정확하게 들은 건 없어요. 소문만…(웃음) 커뮤니티 보면 신기해요. 아닌 이야기도 많은데, 거론되는 자체가 재밌죠. 전화도 오고 다이렉트 메시지도 와요. “가지말라”고. 정작 저는 집에서 간식 먹고 있는데 말이죠. 정식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구단에 도움이 되는 게 어떤 건지 봐야할 것 같아요. 선수로서 미래도요. 서로 상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시즌 목표는요? 베스트11 그 이상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강상우: 이제 마음을 내려놨지만… 국가대표죠. 아직도 궁금하긴 해요. 청원 같은 거 해야 하나?!(웃음) 한 번이라도 뽑혔는데 뛰지 못한 거라면, ‘훈련 때 못 보여줬구나’하고 생각할 거 같아요. 그런데 레프트백이 계속 다쳐도 대체로 못 가니까 아예 리스트에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성향상 안 맞을 수도 있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김원일:  어떻게 하면 뽑힐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없나?… 원래 팀에선 물어보거든요. 어떻게 변하면 뛸 수 있는지를요. 리그에서 이 정도 보여줬는데 못 가는 게  궁금해요. 오른쪽도 본다고 해야 하나...
강상우: 저는 자신 있어요. 수비도 공격도 다 볼 수 있어요!

사진=이연수
영상 편집=오세원
영상 촬영=이연수, 오세원, 허지연
writer

by 조형애

디지털이 편하지만 아날로그가 좋은 @hyung.ae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영상] 카메룬 대표팀은 왜 원피스 유니폼 입었나

포포투 트렌드

[영상] 송민규는 어떻게 30분만 뛰어도 눈에 띄냐..

Responsive image

2020년 8월호


[COVER] MORE THAN A HERO, MORE THAN A GAME
임영웅이 쓰는 영웅들의 이야기
[SPECIAL] 세계가 사랑하는 그 이름 브라질
히바우두, 베베투&호마리우, 호비뉴, 피르미누, 호베르투 카를로스, 마르타
[INTERVIEWS] 야프 스탐, 주니오, 팔로세비치, 이정협&이동준,
[READ] PHEONIX THE SNAGMU: 군팀 상무는 무엇으로 사는가+김태완 감독 인터뷰

[브로마이드(40x57cm)] 임영웅(2면), 리오넬 메시, 프란체스코 토티
주식회사 볕
07806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2로 35(이너매스마곡2), 821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김도영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9-서울강서-2752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