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수원 2년차 박건하 “부담이요? 감독 인생엔 끝이 없죠”
기사작성 : 2021-01-05 18:43
-수원 2년차 박건하 감독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이름값으로 축구하는 것 아니다."
본문

[포포투=류청]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잘해서 저도 놀랐어요(웃음).”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은 ‘2020 ACL’ 8강에 오른 이야기를 하자 크게 웃었다.
그는 지난 9월 수원 지휘봉을 잡아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팀을 잔류로 이끈 뒤 뒤이어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ACL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수원은 광저우헝다를 조 3위로 밀어내고 16강에 오른 뒤 요코하마F.마리노스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비셀고베와 한 8강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아쉽게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수원은 4강으로 가지 못했으나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감독은 짧은 시간에 팀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들었다. 감독은 냉혹한 현실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수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레전드 출신 감독으로 들어올 때는 ‘리얼 블루’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이후는 성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일단 첫 고비는 잘 넘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팀에 들어가서 보니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데 조직적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ACL에서도 선수들이 요구한 걸 잘 따라줬어요.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상대를 압박하자고 했어요. 공을 돌리기 보다는 라인을 올려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자고 했는데 잘 됐죠.”
수원 2년차인 2021년은 또 다른 이야기다. 박 감독은 새 시즌을 언급하며 현실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지만 희망이라는 말도 함께 언급했다. “ACL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니 희망도 보이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습니다”라며 “이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니 변화보다는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며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애덤 타가트가 나간 자리에 강원과 경남에서 뛰었던 제리치를 영입했다. “타가트와는 다른 유형이지만 득점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득점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리치는 지난 시즌 아쉬움도 있으니 더 잘하려는 마음도 있을 겁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제리치는 1월 7일부터 시작되는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도 있고 최근 아이도 낳았기 때문에 2월에야 팀 훈련을 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이제부터 저하고 잘 만들어봐야죠.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잖아요. 골을 만들어내는 것도 제 숙제입니다”라고 했다.
명문팀 수원을 맡으면 명예와 부담을 양손에 들 수밖에 없다. 수원 출신인 박 감독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이 선수생활 하던 시절보다 투자가 줄었으나 감독은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무엇보다 감독은 오늘 거둔 성적으로 내일이라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걸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걱정되죠. 작년에도 강등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엄청 부담되고 고민도 많았어요. 근데 그게 감독의 숙명이잖아요. 대표팀과 서울이랜드 그리고 중국(상하이선화)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해보니 안되는 걸 억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성적도 성적이지만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렇게 제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원이든 뭐든 만들어봐야죠.”
박 감독은 수원에 유명 선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투자해야 결과가 나오는 건 맞아요. 그래도 이름값으로만 축구하는 건 아니죠.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합니다”라며 “설사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 않으면서 팬들에게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감독에게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덤덤하게 답하며 작게 웃었다.
“부담이요? 감독 인생엔 계속 되는 거죠. 끝이 없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삼성

by 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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