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스포츠 심리학자 이상우 "불안을 성공으로 바꿀 수 있어요"

기사작성 : 2021-05-14 02:09

-스포츠 심리학은 일반 심리학과 다르다
-불안을 이용해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
-결국 멘탈 차이가 경기력 차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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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류청]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 힘이 좋아져요. 정신도 훈련하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출발점 자체가 다른 게 있다.

FC서울과 FC안양을 거쳐 스포츠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상우 멘탈퍼포먼스 대표는 스포츠 심리학과 일반 심리학(상담 심리학, 임상 심리학)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언뜻 들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 박사는 둘 사이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일반인들은 불안하거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잖아요. 상담 받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상 생활을 무리없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포츠 선수들은 아픈 게 아니에요. 스포츠 심리학은 선수들 심리 상태를 이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예요. 치료가 아니라 훈련이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네요.”

이 박사는 “훈련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심리를 훈련하냐? 그냥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스포츠 심리학은 훈련 방법이 확실히 있어요.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검사 도구가 꽤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검사를 하면 그 선수의 심리적 강점과 약점을 분석할 수 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불안을 다루는방법을 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상담 심리학은 불안과 긴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중점을 두지만, 스포츠 심리학은 그라운드 위의 불안과 긴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내려고 한다. 대게 불안이라고 하면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가 느끼는 건 경쟁 불안이에요. 이겨야 된다. 뚫어야 된다. 막아야 한다. 스포츠적인 상황에서 경쟁 불안을 제어해서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멘탈을 훈련해야 해요. 스포츠 심리학은 그런 불안 요소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그래서 성공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긍정적인 학문이기도 하고요.”

이 박사는 “불안하다는 것은 곧 잘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심리적인 연약감과 연결되는 단어지만,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불안은 촉진효과가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긴장과 불안함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활용하고, 메달을 따지 못했던 선수들은 긴장과 불안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는 불안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불안이 왔네. 어 잘 왔어. 올 게 왔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불안은 훈련할 때는 오지 않는 데 시합에서 나오거든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아주 극으로 치달아요. 불안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날의 경기가 좌지우지돼요.”

이 박사는 다시 한 번 통념을 깨는 말로 불안에 관한 설명을 마무리 했다. “적정 수준의 불안과 긴장감이 있을 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긴장이 전혀 안 되면 경기는 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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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직접 경험한 스포츠 심리학
이 박사는 이론에 직접 경험한 일을 더해 신뢰도를 높인다. 이 박사는 직접 스포츠 심리학적인 방법으로 훈련하며 성장하는 걸 느꼈기에 은퇴 뒤에 학위를 취득했다. 이 박사가 FC서울에 입단한 2008년에는 팀 동료들이 거의 다 전현직 국가대표로 구성돼 있었다. 그는 “서울 유니폼을 입어도 그 안에 태극마크가 보인다고 할까요”라며 웃었다.

“저도 축구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프로에 가서 해보니 다르더라고요. 주눅이 들고, 고개를 들 수 없고, 다리가 천근만근이고 그런 거죠.” 그는 당시 서울 선수단의 멘탈을 관리해주던 김병준 인하대학교 교수(이 박사의 은사)를 만나면서 스포츠 심리학이 지닌 힘을 알게 됐다.

“그분이 하는 어떤 교육을 듣고 나서 머리를 해머로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 이런 게 있었구나. 나는 왜 이런 걸 몰랐나… 사실 그 이후에 스포츠 심리학을 배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발도 느리고 장기도 많은 선수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32살까지 축구 할 수 있었던 건 멘탈의 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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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의 차이, 경기력 차이로
이 박사는 스포츠 심리학이 현대 축구는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 과학은 이제 일반적인 학문이 됐습니다. 그래서 팀과 선수들의 데이터가 노출되고 기술과 체력적인 차이는 많이 좁혀졌습니다. 그래서 멘탈이 더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멘탈 수준이 경기력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박상영 선수가 보여준 게 멘탈의 힘이라고 했다. 그는 “누가봐도 박상영 선수가 진 경기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스스로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게 초긍적인 거예요. 셀프토크를 하면 자신감을 보호하고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심리학 훈련법 중에 하나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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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에서 활약하는 한석종은 직접 이 박사와 스포츠 심리학 훈련을 한 선수다. 한석종은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다 부상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직접 이 박사를 찾아왔다. 이 박사는 “결과를 내려놓고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했어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훈련도 했고요. 지금은 정말 잘하는데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라며 웃었다.

이 박사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주말이 없는 삶을 산다. 이론과 현장 사이에 있는 차이를 좁히려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이론을 끌고 현장으로 많이 가야 합니다”라며 “현장의 맥을 짚지 못하면 이론은 무용지물이에요.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바쁜 생활 속에서 얻는 기쁨도 있다. 그는 “제가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걸 주면 인연이 진짜가 됩니다. 일을 하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어요. ‘아 나도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재산이죠.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사람은 모두 기억하잖아요. 그분들이 나중엔 제게 도움을 줍니다. 그게 중요해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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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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