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special] '유로2020의 산파' 플라티니, 개혁가에서 적폐로

기사작성 : 2021-06-25 01:20

-프랑스 축구 영웅 플라티니, 행정가로도 성공가도
-UEFA 수장으로 개혁
-결국 뇌물 수수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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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Paul Simpson, 에디터=류청]

유로2020은 유럽 11개국에서 분산 개최 중이다. 대회 출범 60주년을 기념해 “우리 모두 즐기자!”라는 낭만을 실현했는데 정작 그걸 생각해낸 주인공은 지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축구의 영웅인 동시에 세계 축구의 적폐 미셸 플라티니다.

부친 알도 플라티니가 낭시의 이사로서 오랫동안 일한 덕분에 미셸은 어릴 때부터 축구와 함께 자랐다. 소년 미셸은 평가전에서 알프레도 디스테파노의 영리한 패스를 보곤 부친에게 “동료가 저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죠?”라고 물었다. 알도는 “아, 미리 봐둔 거지”라고 대답했다. 17세가 된 플라티니는 메츠 입단 테스트에서 일부러 숨을 참아 심장 기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아냈다. 그리곤 1973년 5월 3일 아버지가 있는 낭시에서 프로로 데뷔하는 꿈을 이뤘다.

때마침 프랑스 축구도 번성했다. 1976년 생테티엔이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뮌헨과 맞붙었다. 2년 뒤에는 바스티야가 PSV에인트호번과 UEFA컵을 놓고 격돌했다. 플라티니가 승선한 프랑스 대표팀은 1978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966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1979년 플라티니는 생테티엔으로 이적해 리그앙 우승을 맛봤고, 1982년 유벤투스의 일원이 되었다. 그때 플라티니는 27세였다.

1982년 여름 플라티니는 스페인월드컵에 출전했다. 서독과 만난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연장 종료 18분 전까지 3-1로 앞서다가 2연속 실점을 허용했고,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당시 경기에서 심각한 판정 논란을 낳았다. 찰스 커버 주심은 서독 골키퍼 헤랄트 슈마허를 퇴장시키지 않았다. 일대일 상황에서 슈마허는 온몸을 던져 프랑스의 파트리크 바티스통과 충돌했다. 바티스통은 앞니와 갈비뼈가 부러졌고 30분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17년 후 인터뷰에서 플라티니는 “내가 뭘 어쩌겠나?”라며 웃어넘겼다.

플라티니는 “지금 생각해보면 스페인월드컵에서 우리는 이미 좋은 팀이었다. 대회 전까지 우리는 그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에 우리가 2년 뒤에 있을 유로에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유로1984에서 플라티니는 5경기 9골(해트트릭 2회)로 조국 프랑스에 첫 메이저타이틀을 안겼다. 한 대회에서 이렇게 독보적 활약을 펼친 사례는 1974년 월드컵의 요한 크루이프와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 정도다.

득점이란 결과 외에도 플라티니는 아름다운 테크닉으로 팬들의 오감을 충족시켰다. 심지어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까지 탁월했다. 이탈리아 레전드 지아니 리베라는 “플라티니는 10번이 갖춰야 할 기술과 영리함, 창의력을 타고났다”라고 극찬했다. 1984년 말, 플라티니는 유로 우승을 앞세워 2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자가 되었고, 이듬해까지 3연패(유러피언컵 우승)를 달성했다. 유벤투스에서도 플라티니는 1982/83시즌부터 16골, 20골, 18골로 세리에A 득점왕 3연패 기록을 세웠다.

1987년 플라티니는 32세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고장 난 발목과 헤이젤스타디움 참사 트라우마가 천재의 은퇴를 앞당겼다. 이후 플라티니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직위원장,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 멤버 선출 등 축구 행정가로서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2007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선거에서 플라티니는 철벽처럼 보였던 렌나르트 요한손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요한손 회장은 프란츠 베켄바워에게 대권을 넘기는 그림을 그리고 있던 차였다. 플라티니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지만, 제프 블라터 FIFA회장이 베켄바워의 후보 사퇴를 끌어내면서 플라티니는 ‘골리앗’ 요한손을 쓰러트리고 회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요한손 회장이 플라티니 지지 이유를 묻자 블라터 회장은 “그런 게 인생이야”라고 대답하며 웃었다고 한다.

플라티니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백패스 금지 규정 도입에 앞장섰고, 홈그로운(home-grown) 유소년 제도, 재정적 페어플레이, 대회 수입의 공평한 배분 등을 실행했다. 축구 강국 사이에 낀 소규모 회원국들은 플라티니의 개혁을 지지했다. 비디오레프리 도입이 경기의 흐름을 끊을 것이라는 경고도 누구보다 앞섰다. 플라티니가 큰 그림을 내놓으면 UEFA 본부의 씽크탱크에 있는 잔니 인판티노(현 FIFA회장)가 회장의 생각을 구체화한 실행안을 수립하는 식이었다. 2011년 UEFA 회장 선거에서 플라티니는 만장일치로 재선에 성공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은 플라티니가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미국이었다. 플라티니를 위시한 ‘뉴파워’가 미국을 지지한 덕분이었다. 최종 발표가 있기 9일 전, 플라티니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최한 엘리제궁 연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플라티니에게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왕자(현 지배자)를 소개했다. 9일이 지난 스위스 취리히에서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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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터는 “투표 일주일 전, 플라티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곤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국가 수장으로부터 나랏일을 우선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라고 폭로했다. 플라티니는 “새로운 지역에 월드컵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프랑스-카타르 연관설과 블라터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플라티니의 미국 지지 철회 판단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다. 화가 난 미국 정부는 FBI를 앞세워 5년에 걸쳐 카타르의 유치 활동 과정을 문자 그대로 탈탈 털었다. FBI의 칼날 앞에서 블라터, 플라티니, 베켄바우어가 모두 날아갔다.

플라티니의 혐의는 대가성 뇌물 수수였다. 예전 FIFA회장 선거를 앞두고 플라티니는 입후보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블라터가 고문비 명목으로 2백만 달러를 지급했고, 플라티니는 회장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플라티니가 그토록 부인하는 사르코지 대통령 개입설도 프랑스-카타르 군수품 계약 체결로 의심의 눈초리가 더 또렷해졌다. 2015년 프랑스는 라파엘 전투기 24대를 카타르에 납품하는 계약 덕분에 7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2022년 미국의 월드컵 유치를 지지했던 플라티니가 엘리제궁 연회 참석 후 갑자기 자기 사단의 표를 카타르에 몰아준 결정과 연관이 있다는 의심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선수 시절의 영광, 축구 행정가로서 시도했던 여러 가지 개혁은 플라티니가 축구계에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정치적 실수로 인해 플라티니는 본인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었다. 플라티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아침에 일어나도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50년 동안 일한 곳에서 쫓겨났다”라고 한탄했다. 유럽 대륙 분산 개최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유로2020 중계를 보고는 있을까? 최근 플라티니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프랑스 대표직을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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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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